삶
- 삶에는 정답이 없다 -
칼럼
몇 년 전 요양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래 건물 중 중증 노인의 요양원 동에 매일 아침 할머니를 만나러 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70대 중반으로 하얀 백발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그런대로 건강해 보이는 분이었다.
할머니는 얼굴과 목 마비되어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라 매우 허약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에 미음을 끓여와서 미음 한 그릇을 비울때 까지 할머니를 어린애 달래듯 정성으로 먹이셨다. 할머니의 유일하게 웃는 모습은 할아버지가 오실 때다.
식사 후에는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 주위 정원이며 여러 곳을 산책해드리곤 집으로 가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요양원에 입원한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고 간호원들이 말했다.
감동이었다.
한번은 그 분을 직접 뵙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실버넷 뉴스’의 취재를 요청하니 쾌히 승낙을하셨다. 사진과 동영상을 몇 컷을 찍은 후였다. 하루는 병동 간호사들이 와서 이런 말을 한다
‘약사님 그분 취재하지 마세요. 그분은 이중성 인물입니다. 지금 집에 가면 또 다른 할머니와 살아요. 시장에도 같이다니고요,’
순간 머리가 띵 하며 혼란스러웠다.
며칠간 병원 일을 하면서도 할아버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역지사지라고 나는 할아버지 입장을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는 시골 노인이지만 다정다감하고 소박한 성품이였다.
아마 집에서 몇 년을 조강지처를 수발하시다 본인의 연세도 있고 힘들어서 요양원에 입원시키신 모양이다.
오후에는 노인정에도 가시고 술도 한 잔씩 하고 홀로 사시는 입장을 잘 아는 할머니와 기거를 하시는가 보다.
할아버지 입장에선 최선을 다하며 지혜롭게 사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픈 조강지처에게도 정성을 다 하면서 남은 인생도 외롭고 처량하지 않도록 현재의 입장을 이해하는 새로운 반려자와 생을 마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한다.
언젠가 신문 기사 속 할머니의 치매를 간호하던 할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간호사 말대로 평생 일편단심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항을 옳게 판단하고
살아남은 자의 행복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새로 오신 할머니께서 아침마다 미음을 쒀서 보온 통에 넣어 드린다 한다.
그래! 열심히 산 당신~~ 실버는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최정희 기자 juan1016@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