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 최종인 2015.07.29
물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산다
- 갈대 습지에서 만난 환경지킴이 -
시화호의 안산 갈대 습지공원, 지난밤 거센 바람이 한차례 지나간 탓인지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한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광활한 갈대숲은 파도처럼 춤을 추고 있다. 나뭇가지들이 몸을 뒤척이고 가랑비 간간이 뿌리는 흐린 날씨에 아침을 여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7월 30일 이른 아침부터 갈대숲 탐방로를 따라 부지런히 주변을 살펴보는 사람이 있다. 안산시청 환경교통국 환경정책과 소속 최종인(61) 씨다. 최 씨는 이곳 시화호 갈대 습지공원 전문 관리자로 1999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언가 짊어지고 다닌다. 그물망인 듯했다.
최 씨는 “오늘도 지난밤 강한 바람에 새들의 보금자리는 밤새 무사하게 잘 있는지, 탐방로 시설은 안전한지, 간밤에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손질하는 중이랍니다”라고 했다. 짊어진 그물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인 청거북이, 붉은 귀 거북이, 블루길(월남 붕어) 등을 포획하는 것이라고 한다.
포획한 청거북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최 씨의 얼굴은 상기된 듯했다. “청거북이는 관상용으로 수입된 외래종으로 갈대 등 수생식물의 뿌리를 갉아 먹고 사는 것으로 천적이 없어 심각한 생태계 파괴의 주범입니다”며 포획한 청거북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블루길(월남 붕어)은 입이 작아 물고기 알을 삼켜 또한 물고기 서식을 방해하는 생태계 파괴 주범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400㎏을 잡았지만, 지난 20여 일간 3마리만 포획했다고 한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배스는 없다고 했다. 황소개구리도 많았지만, 지금은 천적인 가물치가 있어 살기 힘들다고 했다.
시화호 조성부터 지켜봤다는 최 씨의 별명은 시화호 지킴이라고 한다. 오염이 심각해 담수호를 포기한 아픈 과거를 들추며 간장 빛깔 썩어가며 악취 났던 호수가 20여 년의 생태보존에 힘쓴 결과 지금은 숭어, 참게, 갯지렁이 등의 다양한 생물이 자라는 살아있는 호수가 되었다며 흐뭇한 표정이다.
“정화를 위해선 다양한 식물이 자라야 합니다, 그래야 철새들이 찾아오고 자연생태의 공생관계가 유지됩니다”라며 환경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한다. 환경이 살아야 인간의 삶이 행복해진다는 최 씨는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환경보호”라며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개탄했다.
“환경의 두 글자는 법을 지키라고 만든 것입니다. 대부분 차 안에는 잿털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담배꽁초를 그냥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꽁초가 쌓이고 쌓여 비가 오면 하수구를 막게 되고 그것이 모여 길거리 범람 요인으로 작용하여 환경파괴를 유발하지요.”
그간 시화호 주변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얻어낸 생생한 자료들이 최 씨의 사무실에 가득하다. 시화호 관련 자료에 대해서는 전문 학자들도 도움을 청할 정도로 시화호 전문가로 통한다고 옆 직원이 귀띔했다. 1988년 9월 화성시 송산면 시화호 간척지 내에서 공룡 알 화석을 발견한 것도 최 씨라고 한다.
사각사각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온다. 각종 자료를 만지작거리며 설명에 여념이 없던 최 씨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환경과 생태교육이 필요합니다.”며 “영원히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