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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농장 2015.01.24

C_junghee 2019. 1. 8. 22:18

정통 장류의 맥을 잇는다

- 선조들의 숨결이 스며온다 -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금일로, 오랜 세월 견디며 자라온 노송들이 주변의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서일농원(대표 서분례)의 입간판이 보인다. 이끼 낀 돌담과 대나무가 옛 농촌 모습 그대로다. 수천 개의 옹기가 즐비한 장독대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조상들의 지혜가 서려 있는 곳이다.  

지난 26, 콩을 찌고 삶는 증자실(蒸煮室)과 건조장, 장독대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서일농장 대표 서분례(68·) 씨로 이곳 직원들은 원장이라고 부른단다. 서 대표는 조금만 자리를 비우면 콩을 삶다 태우곤 해서 자신이 직접 확인하는 일에 매일 이처럼 바쁩니다고 했다. 

- 농원은 언제 설립하였으며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1983년에 설립하였답니다. 99,000(3만평)의 토지에 약 500그루의 소나무와 배나무 단지, 고추와 배추를 재배하는 농지, 체험학습 놀이공간인 잔디밭 2개가 조성되어 있지요. 2,000여 개의 옹기가 큰 자랑입니다.” 

증자실을 비롯한 매주를 말리는 건조장, 장류연구소, 발효 숙성실, 저온보관시설, 제품생산동이 보인다. 특히 이곳의 맛깔스러움을 누릴 수 있는 전통음식 시식점 솔리에서는 잠시 잊고 있던 옛 맛을 추억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이곳 큰 머슴이라고 소개한 관리인 임충인(70) 씨가 콩을 찌고 삶아 메주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메주는 발효가 중요합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려야 정상적 발효가 됩니다. 시커먼 곰팡이가 생기면 썩은 것입니다. 이것을 먹으면 발암의 원인이 됩니다고 했다.

 

- 농원을 설립한 계기가 있는지요?

처음엔 양로원을 설립할 목적으로 이곳을 구입했습니다, 너무 협소할 것 같아 이웃 필지를 합해서 사들여 지금의 규모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사정으로 양로원 설립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서 대표는 양로원을 설립하고자했던 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하던 사업이 조금은 성공을 했지요. 그러니까 80년대 초였습니다.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처음 찾은 곳이 양로원이었습니다. 양로원을 다녀온 이후 저는 많은 것을 느끼면서, 양로원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척 옹기를 좋아했답니다. 소나무도 무척 좋아했지요. 양로원 짓는 것이 어렵게 되어 이곳에 좋아하는 소나무도 심고 옹기를 사들여 장류를 담그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 장류 식품에 대한 지식을 배웠거나 관여한 일이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저는 옷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사업이 번창되어 여행업도 했었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취미로 한다는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지간히 돈도 벌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지요.”

 

- 사업을 하시는데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사업이랄 게 뭐 있습니까? 한마디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 그냥 이렇게. 주변 사람들 권유도 있고 해서 그저 규모가 조금은 커진 것 같습니다. 직원들 인건비 지출도 많습니다. 결국 수익성이죠.”

 

직원이 40명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인건비 지출과 관리비가 만만찮다고 도 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술도 팔고 고기도 팔아야 한다는 유혹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전통식품을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전통식품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며, 청국장을 예로 들었다. “우리 청국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쉽습니다. 우리 것은 냄새가 심하다며 아직도 일본 낫또(納豆)를 수입하는 처지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전통식품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요 모독입니다. 언젠가는 아는 날이 있겠지요.”  

낫또는 효소가 150 이지만, 청국장은 250 이상이 나옵니다. 요즈음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임상실험 결과 변비를 없애는데 효과가 탁월하며 암을 예방하는 데 최고의 식품입니다.”내가 말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박사나 언론에 나와야 좋은 것으로 아는 세상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 장류 식품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자연발효입니다. 된장이나 간장 등의 장류제품은 가정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발효기간이 길어 부가가치도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기계로 속성 발효도 가능하지만, 3년에서 5년의 자연발효라야 옳은 제품이 됩니다.”

 

발효식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실온에서 균이 살아있는 식품은 우리 것 밖에 없습니다.”우리 국민들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저 튀기는 것, 볶은 것을 좋아하니까요.” 학생이나 주부를 상대로 강의도 가끔 하지만 그때마다 몰라주니 답답하다고 했다. 

- 우리나라 식습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일본 원자력의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안 온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이럴 때 일수록 사람의 미각은 뒤로 가야합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잘 먹어서 탈입니다. 육고기만 자꾸 먹이니까요.” 

서 대표는 제대로 된 연구실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당뇨 된장도 만들고 나트륨 문제를 해결하는 간장도 만들어내는 연구실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주 물로 된장을 담그면 당이 내려간다는 실험, 즉 성인병을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 생활신조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을 벌 때에는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벌고, 번 돈은 어엿하게 써라 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우리의 전통식품 특히 장류의 맥을 잇는 노력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이어진 서 대표의 이야기는 정감을 더했다. 학교 등에 장독대를 만드는 일, 아파트 옥상에 장독대를 만들어 학생들이나 가정주부들에게 장 담그는 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쳤으면 하는 것이 꿈이라고도 했다. 둘째 딸을 자기의 뒤를 잇게 했다며, 장류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실버넷뉴스 류충복 기자 choboryu@silvernetnews.com

실버넷뉴스 최정희 기자 juan1016@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