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멋쟁이 실버

나의 기사/실버넷뉴스 2019. 1. 8. 22:58

당구 하는 실버, 당구도 인생

- 요양병원의 멋쟁이 실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노인전문요양원 파라밀 양·한방 병원, 1층 로비를 지나 헬스 실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는 넓은 방 한쪽 편에 당구대가 놓여있다. 당구대 사각에는 주머니가 달려있고 아름다운 빨간 천으로 입혀진 사각 대에서 공과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독특한 문양의 공들이 서로 부딪히고 부딪혀 네 모서리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일명 포켓볼이다. 지난 830, 뒤로 머리를 예쁘게 감아 빗은 은백의 한 실버가 포켓볼을 치고 있다. 3년 전 이곳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화순(89·) 씨이다

 

최 씨는 처음에 남자들이 당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게 보여 배워달라고 부탁해서 하게 되었습니다.정확한 힘과 각도를 계산하여 공을 굴러야 하니 치매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늙은이가 하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포켓볼은 보기보다는 운동량이 많고 또한, 재미가 있어요. 둥글둥글 사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공은 둥그니까요며 팔을 걷어붙이고 팔 근육을 보여 준다.90세 가까운 분의 근육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최 씨는 큰아들 내외가 맞벌이 하는 덕에 그 동안 살림은 내가 맡아 해왔지요. 이제 나이도 들고 휴식이 필요하다고 이곳 연꽃마을 파라밀 요양원에 온 것도 딸이 주선해서 왔습니다. 딸은 스님이며 각현 스님께서 운영하기 때문이지요. 딸은 가끔 음식을 푸짐하게 가져와 이곳 어른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며 딸 자랑도 잊지 않았다.

 

최 씨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여 함께 생활하는 장애자나 환자들의 잔일을 수시로 도와주며 거동이 불편한 동료의 실수로 더러워진 화장실 청소도 혼자 척척 다 알아서 합니다며 한 방에 생활하는 한 동료가 귀띔해 준다. 늘 긍정적인 생각과 타고난 건강 체질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산다고도 했다.

 

- 요양병원 생활은 어떻습니까?

친구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지요. 밥 안 해먹고 주는 밥 잘 먹으면 되지요. 아프면 약 주지, 얼마나 좋아요?” 라며 이곳 생활에 만족한 모습이다.

 

가끔 아들 집에 가면 오히려 불편하다는 최 씨는 잠이 안 오고 기침이 날 때면 혹시 자식들이 깰까 봐 불도 못 켜고 여러 가지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러니 공기 좋고 친구들이 있는 요양원이 더 편합니다라고 했다.

 

나이 들어 아프고 외로울 때 같은 처지의 동료가 있음이 많이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는 최 씨는 태어나면 누구나 가야 할 길을 편안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갈 수 있는 행복한 복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 졌지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실버넷뉴스 최정희 기자 juan1016@silvernetnews.com